눈 감고, 스르르 잠들면… 그냥 7~8시간 꼀 걸까요? 절대 아니에요!
여러분이 하늘을 나는 꿈을 꾸거나 회사에 속옷만 입고 가는 악몹을 꾸는 동안, 우리 몸은 철야 귀가 없이 일하고 있어요. 뇌를 청소하고, 근육을 수리하고, 기억을 정리하고… SF 영화 같은 일들이 매일 밤 벌어지고 있다니까요. 같이 알아볼까요?
1. 뇌가 쓰레기를 비운다 — 글림프 시스템
우리 뇌에는 전용 청소 시스템이 있는데, 이 친구는 야간 근무만 해요.
이름하여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 깊은 잠에 빠지면 뇌세포가 약 60% 정도 수축하면서 세포 사이에 넓은 통로가 생기는데요. 여기로 뇌척수액이 콸콸 흘러들어와서 독성 노폐물을 쓹 쓸어내요. 알츠하이머와 연관된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도 이때 제거된답니다.
뇌용 식기세척기라고 생각하면 돼요. 놓라운 건, 이 청소 작업이 깨어 있을 때보다 10배나 활발하다는 거예요. 밤새고 나서 머리가 멍한 느낌, 다 이유가 있었던 거죠?
2. 자고 일어나면 키가 커져 있다 (진짜임)
자기 전에 키 재고,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재봐보세요. 약 1~2cm 더 커져 있을 거예요!
이유는 간단해요. 낮 동안 중력 때문에 척추 디스크(뻔 사이의 말랑말랑한 쿠션)가 눌려요. 걸을 때, 앉아 있을 때, 서 있을 때 계속 압축되는 거죠. 그런데 누워서 자면 중력이 더 이상 누르지 않아요. 디스크가 다시 수분을 머금고 팝팝해져서 키가 늘어나는 거예요.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에서 최대 5cm까지 키가 커지는 것도 같은 원리예요! 아쉽게도 지구에서의 키 상승은 일시적이에요. 점심쯤이면 다시 원래 키로 돌아온답니다.
3. 근육이 완전히 마비된다 (무섭다고요?)
무서운 소리지만, 사실 엄청난 안전장치예요.
REM 수면(꿈을 꾸는 단계) 동안, 뇌가 신호를 보내서 수의근을 꼽 께버려요. 이걸 수면 무긴장증(sleep atonia)이라고 해요. 눈만 굴러가고(그래서 ‘Rapid Eye Movement’이죠), 횟격막은 계속 작동해서 숨은 쉴 수 있어요. 나머지는? 완전 잠김.
이유는 간단해요. 이 마비가 없으면 꿈을 그대로 행동으로 옮기게 되거든요. 주먹을 휘두르고, 침대에서 달리고, 날아가려고 시도하고… 수면 무긴장증이 여러분(그리고 여러분 옆에 자는 사람)을 지켜주는 거예요.
이 시스템에 오류가 생기면? 몹유병(근육이 충분히 마비되지 않음)이나 가위눌림(깨어났는데 마비가 안 풀림)이 생기죠. 둘 다 무해하지만… 경험해보면 정말 무섭긴 해요.
4. 뇌가 하루를 다시보기 한다 — 기억 정리의 비밀
한밤 푸욱 자고 나면 어제 공부한 내용이 더 잘 이해되는 경험, 있죠? 그게 우연이 아니에요.
수면 중에 뇌는 기억 공고화(memory consolidation)를 수행해요. 하루 동안 경험한 것들을 다시 재생하면서, 단기 기억(해마)에서 장기 기억(대뇌피질)으로 옮기는 작업이죠. 뇌가 파일을 정리하는 것처럼, 뭘 보관하고 뭘 지울지 결정하는 거예요.
MIT 연구진이 재미있는 걸 발견했는데요. 쥐가 미로를 달릴 때의 신경 패턴이 수면 중에 똑같이 재생되는데, 20배 속도로 빨리감기한다는 거예요! 뇌가 매일 밤 하루를 배속으로 다시보기 하는 셈이죠.
그래서 시험 전 밤새는 건 최악의 공부법이에요. 잔 없이는 뇌가 배운 걸 제대로 정리할 시간이 없거든요.
5. 면역 시스템이 전투 모드로 들어간다
아플 때 의사선생님이 “충분히 쉼세요”라고 하는 거, 그냥 예의바른 말이 아니에요. 진짜 과학적 근거가 있어요.
수면 중에 면역 시스템은 사이토카인(cytokines)이라는 단백질을 분비해요. 감염이나 염증이 있을 때 이 사이토카인이 증가해야 하는데, 수면 부족은 이 보호 단백질의 생산을 떨어뜨려요.
더 놀라운 건, 수면 중에 T세포도 더 많이 만들어져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추적해서 제거하는 킬러 세포죠. 한 연구에 따르면 6시간 미만 자는 사람은 7시간 이상 자는 사람보다 감기에 걸릴 확률이 4.2배 높았다고 해요.
우리 몸은 자는 동안 그냥 쉼는 게 아니에요. 군대를 키우고 있는 거죠.
보너스 팩트: 자는 동안 살이 빠진다?
실제로 하룻밤 사이에 약 0.5~1kg 정도 체중이 줄어들어요. 숨 쉼 때마다 수증기와 CO2가 빠져나가고, 밤새 땅도 한 컵 정도 흘려요(못 느끼더라도요). 그러니까 기술적으로 수면도 운동인 셈이죠. (사실 아니지만… 그래도 재밌죠?)
마무리
수면은 쉼는 시간이 아니에요 — 우리 몸의 가장 생산적인 근무 시간이에요. 여러분이 의식을 잃고 있는 동안, 뇌는 독소를 제거하고, 척추는 풍선해지고, 근육은 현명하게 마비되고, 기억은 정리되고, 면역력은 충전되고 있어요.
그러니 토요일에 늪잠 자는 것에 죄책감 느끼지 마세요. 우리 몸은 할 일이 엄청나게 많고, 그 만큼의 수면 시간이 필요한 거예요.
수면은 게으른 게 아니에요. 수면은 생존이에요.
참고 자료
- Xie, L. et al. (2013). Sleep drives metabolite clearance from the adult brain. Science, 342(6156).
- Stickgold, R. (2005). Sleep-dependent memory consolidation. Nature, 437(7063).
- Prather, A.A. et al. (2015). Behaviorally assessed sleep and susceptibility to the common cold. Sleep, 38(9).
- Brooks, A. & Lack, L. (2006). A brief afternoon nap following nocturnal sleep restriction. Psychophysiology, 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