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봐요 — 귀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뭔가요? 끈적끈적하고, 누르스름하고, 좀… 더러운? 대부분의 사람들이 면봉으로 열심히 파내는 그 존재. “위생”을 위해서라고 생각하면서요.
근데 여기서 반전. 귀지는 쓰레기가 아니에요. 더러운 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우리 몸이 만들어내는 가장 정교한 자기방어 물질 중 하나예요. 면봉으로 귀지를 파내는 행위가 사실은 귀의 완벽한 방어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거라면? 귀지의 놀라운 세계, 지금부터 파헤쳐 볼게요!
귀지의 정체 — 자연이 만든 맞춤형 방패
귀지의 공식 이름은 세루멘(cerumen)이에요. 귀 바깥쪽 1/3에 있는 이구선(ceruminous glands)이라는 특수 땀샘에서 분비되는 왁스 성분에, 죽은 피부세포, 털, 피지가 섞여서 만들어져요.
성분이 은근히 복잡해요. 장쇄지방산, 스쿠알렌, 알코올, 콜레스테롤이 들어있고, 진짜 중요한 건 라이소자임(눈물과 침에도 있는 항균 효소), 면역글로불린(항체), 그리고 산성 환경을 만드는 지방산이에요.
귀지는 우연히 만들어지는 부산물이 아니에요. 가장 취약한 감각 기관 중 하나를 보호하기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생물학적 칵테일이에요.
3중 방어 시스템 — 귀지가 은근히 천재인 이유
귀지는 세 가지 방법으로 귀를 보호하는데, 하나하나가 진짜 인상적이에요.
첫째: 항균·항곰팡이 방패. 건강한 귀지의 산성도(pH 약 6.1)는 대부분의 세균과 곰팡이가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요. 연구에 따르면 귀지는 황색포도상구균과 대장균을 포함한 여러 세균에 대한 항균 활성을 가지고 있어요. 24시간 화학적으로 감염을 차단하는 초소형 경비원이 있는 셈이에요.
둘째: 물리적 장벽과 트랩. 귀지가 끈적끈적한 데는 이유가 있어요 — 먼지, 이물질, 죽은 피부세포, 심지어 귀에 들어온 작은 벌레까지 잡아둬요. 생물학적 파리끈끈이 같은 거예요. 잡힌 이물질은 귀지의 자연스러운 이동에 의해 천천히 바깥으로 밀려나요.
셋째: 윤활과 방수. 귀지가 없으면 귀 안이 건조하고, 가렵고, 갈라져서 감염에 취약해져요. 왁스 코팅이 섬세한 외이도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하고, 수영장 귀 감염 같은 습기 관련 문제를 막는 방수 장벽을 만들어요.
자가세척 컨베이어 벨트 — 귀는 당신의 도움이 필요 없어요
여기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놀라는 부분이에요: 귀는 스스로 청소해요.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안 해도 돼요.
외이도에는 상피이동(epithelial migration)이라는 놀라운 자가세척 메커니즘이 있어요. 외이도를 감싸는 피부세포가 고막에서 귀 입구 쪽으로 자라나요 — 손톱이 자라는 속도와 비슷한, 아주 느린 컨베이어 벨트처럼요. 피부가 이동하면서 귀지와 이물질을 함께 밖으로 운반해요.
바깥귀에 도달한 귀지는 자연스럽게 마르고, 부스러지고, 떨어져 나가요 — 주로 씹거나, 말하거나, 턱을 움직일 때요. 맞아요, 밥 먹거나 대화할 때마다 귀가 알아서 청소되고 있는 거예요.
이 시스템은 수백만 년의 진화를 거쳐 완벽해졌어요 — 우리가 망치기 전까지는요.
면봉은 귀의 최악의 적이에요
귀가 알아서 청소하는데,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면봉을 쓸까요? 그리고 왜 의사들이 그걸 그렇게 싫어할까요?
면봉을 귀에 넣으면 귀지를 빼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밀어넣는 거예요. 자연 컨베이어 벨트가 밖으로 운반하는 걸 방해하고, 귀지를 고막 쪽으로 압축해서 귀지 마개(cerumen impaction)를 만들어요. 일반 인구의 약 6%, 노인 환자의 최대 57%가 이 문제를 겪어요.
귀지 마개는 청력 감소(때로는 심각한 수준), 이명(귀 울림), 귀통증과 먹먹한 느낌, 어지러움과 현기증, 심지어 만성 기침(외이도의 미주신경 자극 때문)까지 유발할 수 있어요.
더 심각한 건, 면봉이 섬세한 외이도 피부를 긁어서 감염을 일으키거나, 고막을 찢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 미국에서만 연간 약 12,000건의 응급실 방문이 면봉 관련이에요. 보호 귀지층을 벗겨내서 귀를 무방비 상태로 만드는 건 덤이고요.
미국 이비인후과학회의 공식 지침은 명확해요: “팔꿈치보다 작은 것은 귀에 넣지 마세요.” 면봉 제조사도 포장에 경고를 인쇄하는데 — 대부분의 사람들이 완전히 무시하죠.
습성 vs 건성 — 귀지가 알려주는 당신의 유전적 이야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 귀지에는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두 가지 타입이 있고, 어떤 타입인지가 조상에 대한 단서를 알려줘요.
습성 귀지는 꿀색에서 짙은 갈색, 끈적이고 촉촉해요. 유전적 우성 형질이고, 유럽계와 아프리카계에서 가장 흔해요 — 이 인구의 약 97%가 습성 귀지를 가지고 있어요.
건성 귀지는 회색빛이고, 부스러지고, 바삭해요. 열성 형질이고, 동아시아계에서 주로 나타나요 — 동아시아계의 약 80~95%가 건성 귀지예요.
차이는 단 하나의 유전자에서 결정돼요: ABCC11. 하나의 염기 변이(SNP rs17822931)가 어떤 타입을 만드는지 결정해요. 같은 유전자가 겨드랑이 체취에도 영향을 미쳐요 — 건성 귀지를 가진 사람은 보통 체취가 적어요. 건성 귀지가 보편적인 일본에서는 습성 귀지가 오히려 특이한 것으로 여겨졌어요.
이 유전적 표지가 너무 유용해서, 인류학자와 유전학자들이 대륙 간 인류 이동 패턴을 추적하는 데 귀지 타입을 활용해왔어요.
알면 소름 돋는 보너스 팩트
- 고래는 평생 귀지를 축적해요 — 과학자들이 고래의 귀지 플러그로 나이테처럼 생애사를 읽을 수 있어요
- 귀 양초(이어 캔들링)는 완전히 효과가 없고 위험할 수 있어요 — FDA가 경고를 발표했어요
- 중세 유럽에서는 귀지를 립밤이나 상처 치료제로 썼어요
- 스트레스를 받거나 무서울 때 귀지가 더 많이 만들어져요 — 투쟁-도피 반응과 연결돼 있어요
- 이어버드와 보청기가 자연적인 귀지 배출을 막아서 귀지 생산을 증가시킬 수 있어요
- 나방을 포함한 일부 곤충은 귀지 냄새를 싫어해요 — 자연이 만든 방충제인 셈이에요
결론
다음에 면봉에 손이 갈 때, 잠깐 멈추고 귀지가 실제로 뭘 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요. 세균과 곰팡이를 막고, 먼지와 벌레를 잡고, 외이도를 촉촉하게 유지하고, 알아서 청소까지 해요 — 전부 당신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귀지는 위생 실패가 아니에요. 위생의 승리예요 — 진화가 수백만 년에 걸쳐 완성한, 자가유지·자가세척·항균 방어 시스템이에요. 귀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 그냥 놔두고 알아서 하게 하는 거예요.
귀지는 더럽지 않아요. 천재적이에요.
출처
- Schwartz, S.R. et al. (2017). “Clinical Practice Guideline: Earwax (Cerumen Impaction).” Otolaryngology–Head and Neck Surgery, 156(1_suppl), S1-S29.
- Yoshiura, K. et al. (2006). “A SNP in the ABCC11 gene is the determinant of human earwax type.” Nature Genetics, 38, 324-330.
- Campos, A. et al. (2000). “Cerumen and its role in the external ear.” European Archives of Oto-Rhino-Laryngology, 257(5), 253-256.
- Horton, G.A. et al. (2020). “Cerumen Management: An Updated Clinical Review and Evidence-Based Approach.” Cureus, 12(8).
- Prokop-Prigge, K.A. et al. (2014). “The Effect of Ethnicity on Human Axillary Odorant Production.” Journal of Chemical Ecology, 40, 1-8.